나는 화가 없는 사람이지만 이 글을 쓰다가 조금 감정적이 될 수 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딱 1년 전이다
개강 후 3~4주가 지난 시점
슬슬 중간고사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하고 과제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기이다
딱 지금의 내가 하는 생각처럼
이런 생각을 하고
나 포함 친구 3명이 모여서 상호조약을 맺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했다
0922 나황김 상호조약 |
인원 : 나유비 황장비 김여포
시간 : 2021-09-22 (수) 21:00부터 2021-09-29 [수] 21:00까지
내용 : 조약 가입자들은 아래 사항을 준수한다.
1. 나유비 – DJMAX RESPECT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할 수 없다
2. 황장비 – Dungeon & Fighter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할 수 없다
3. 김여포 – LOSTARK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할 수 없다
위반 시, 조약 가입자들은 서로에게 2만 5천원을 지급하고 톡방에 5만원을 뿌리기
조약 가입자들은 서로 조약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서로에게 취할 수 있다
1. 오늘 뭐 공부했는지 물어볼 수 있다.
2. 언제부터 언제까지 게임했는지 물어볼 수 있다.
3. 게임 플레이타임 확인이나 현재 위치확인을 위한 인증샷을 요구할 수 있다.
다른 게임에 급한 이벤트나 용무가 발생할 경우, 가입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접속 / 종료 보고 후 20분 내외의 짧은 접속이 가능하다.
2021-09-22 [수]
나유비 | (서명) |
황장비 | (서명) |
김여포 | (서명) |
기간도 일주일로 무리가 없고, 조약에 딱히 허점도 없다고 생각해
모두가 으쌰으쌰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지 생각하며 저대로 진행했다
서로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서 3명이 모여서 하는 조약이라,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근데 김여포 씹년이 아우
진짜뒤질래??
2일차인지부터 롤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항상 디스코드를 쓰는데, 디스코드를 쓰면 저렇게 뭘 하고있는지 보인다
김여포는 LOSTARK를 제외한 다른 게임을 할 수 없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의심하고 카톡으로 살짝살짝 물어봤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며 자기 동생이 한 것 같다고 했다
나와 황장비는 열심히 조약을 이행하고 보고하면서 으쌰으쌰하고 있는데
나여포는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이 씹련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평소에 화가 없는 사람이라
그래도 이때는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다음날-
이 씹련이??
정신못차리고 계속 다른 게임을 하면서
흔적을 살짝살짝 남기는 것이다
이때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확실한 타이밍에
증거물을 제출해 김여포의 잘못된 짓들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김여포의 뻔뻔함을 참을 수 없었고
주변 친구들이나 김여포에게 물어보았을 때의 답변은 이러했다
그렇다
이 씹년들이 단체로 지랄을 시작했다
조약에는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들은 김여포와 함께 롤을 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이 의미가 없었다
내가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김여포인지 김벌렝인지 이녀석은 그냥 친구 몇명 꼬셔서 둘러대면 해결될 일이었다
-다음날-
이때까지도 황장비와 나는 열심히 조약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김여포 이새기는 점점 행동이 대범해지고
김여포의 친구(동시에 나의 친구이기도 함)들은 오히려 김벌렝 김벌렝 거리면서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로, OP.GG에 친구의 롤 아이디를 검색해보면
그 친구들은 계속 같이 롤을 하고 있었고
선택하는 친구도 평소 김여포의 픽과 일치했고
OP.GG로 증거를 수집하고 카톡으로 물어보는 그 와중에도 함께 롤을 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이녀석들은 김여포친구인가 내친구인가?
모두 다 같이 친구라면
이들은 나보다 김여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랑 같이 으쌰으쌰하고있는 황장비 얘는 병!@@신인가??
화가 없는 걸까 원래부터 조약에 대해 기대를 안했던 걸까
-다음날-
나는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다
문제가 일어나면 좋게좋게 넘어가자~
화가 나도 화를 내지 말고
나유비는~ 이러한부분에 섭섭해서~ 이러한 개선을 ~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런 유아교육과같은 화법을 사용하는 걸 지향하고 있다
근데 김벌렝과 그 친구들의 뻔뻔한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톡방에 여태까지 모아온 자료들을 뿌리면서
그래도 좋게좋게 말하면서
나름대로 최후통첩을 하고 해명하라고 했다
그래도 태도에 변함이 없길래
지금 니들이 내 친구인지 뭔지 모르겠다
나랑 황장비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러는 건 우리를 무시하는 거 아니냐~
돈 때문에 이러는 것도 아니고 서로 좋게좋게 하자고 이러는건데
일주일짜리 조약도 못지키고 이틀차부터 이러는건 뭐냐~
돈 받으려면 받을 수도 있겠는데 돈 받으려고 한 조약도 아니고
지금은 그냥 나쁜 생각을 참을 수가 없다~
대충 이런 내용을 욕 1도 없이 톡으로 말하고
일주일정도 명상좀 하고 있겠다고 말하고 톡방이랑 디스코드를 나왔다
그러니까 그 친구들이랑 김여포한테 개인톡이 오는데
그래도 미안하단 말은 죽어도 안하더라
- 대충 일주일간의 명상 후 -
일주일간의 명상은 생각보다 보람찼다
같이 게임할 친구들이 없어지니 남는 시간에 게임하는 일도 없어졌고
온전히 학업과 집안일에 몰두할 수 있었고
컴퓨터보다 자기관리에 쓰이는 시간이 늘어났다
방식은 잘못되었지만 나는 조약을 통해
일주일 이상 학업에 집중하는 기간을 가진다 - 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근데 카톡이 조용하니까 좀 심심하긴 하더라
일주일간의 명상을 통해 내 인간관계가 얄팍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디스코드와 카카오톡방에 다시 들어가 게임도 좀 하고 그랬다
김여포와 그 친구들은 나에게 약간의 미안한 내색을 보이는 듯 했다
근데 이녀석들한테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은 못 들었다
내가 20대 남자 아니였으면 이 사건 이후로 20대 남성에 대한 혐오가 생기고 사회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해도 알리바이와 정황이 완벽한 것이 대@가리를그냥 야전삽으로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황장비 이새기는 진자 끝까지 별 말 없이 가만히 있고
김여포와 친구들도 황장비한테는 아무 사과도 안 하는게 이거 황장비는 걔들한테 친구비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 처지인건지
아니면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면의 화를 다스리는 수련을 해서 이정도론 아무런 내상도 입지 않는 경지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이 사건으로 나는 20대 남성을 혐오하는 페미니스트가 될 뻔한 위기를 겪었고
친구 1명 + 알파 를 손절할 기회를 놓쳤다
앞으로도 친구들과의 조약은 없다
그리고 김벌렝을 믿지 않는다